“피임약 먹고 5kg 쪘다는 후기 봤어요.” “오히려 피부가 좋아진다던데 사실인가요?”
피임약은 호르몬을 조절하는 약인 만큼, 우리 몸에 다양한 변화를 가져옵니다. 누군가에게는 ‘붓기’와 ‘여드름’을 유발하는 독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생리통 탈출’과 ‘꿀피부’를 선물하는 약이 되기도 하죠.
이 차이는 어디서 올까요? 바로 ‘세대(Generation)’의 차이입니다. 피임약은 프로게스테론(황체호르몬)의 종류에 따라 2세대, 3세대, 4세대로 나뉩니다.
오늘 이 글을 통해 내 체질에 맞는 세대의 약을 찾고, 부작용 없이 똑똑하게 복용하는 법을 알아가세요.
살찌는 게 제일 싫어요 : 체중 증가의 진실
많은 분이 가장 두려워하는 부작용 1위, 바로 살(Weight Gain)입니다. 하지만 팩트부터 말씀드리면, 피임약 자체가 지방을 늘리는 것은 아닙니다. 호르몬 영향으로 ‘수분 저류(몸이 물을 잡고 있는 현상)’가 일어나 붓는 것을 살이 쪘다고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붓기’를 잡느냐 못 잡느냐가 약 선택의 핵심입니다.
① 2세대 피임약 (에이리스, 미니보라 등)
- 특징: 가장 오랫동안 사용되어 안전성이 입증되었습니다. 혈전(피 떡)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 단점: 남성 호르몬(안드로겐)과 유사한 작용을 할 수 있어, 사람에 따라 여드름이 나거나 식욕 증가, 붓기가 생길 수 있습니다.
- 추천: 평소 붓기가 별로 없고, 혈전증이 걱정되는 분.
② 3세대 피임약 (머시론, 디어미, 멜리안 등)
- 특징: 2세대의 단점(여드름, 털)을 보완해서 나왔습니다. 약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순한 피임약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 장점: 남성 호르몬 작용을 줄여서 여드름 개선 효과가 있고, 체중 변동이 적은 편입니다.
- 단점: 2세대보다는 두통이나 혈전 위험이 아주 미세하게 높을 수 있습니다.
- 추천: 살찌는 게 걱정되고 여드름이 고민인 입문자.
③ 4세대 피임약 (야즈, 야스민, 클래라 등)
- 특징: 유일하게 ‘전문의 처방’이 있어야 살 수 있는 전문의약품입니다.
- 장점: ‘드로스피레논’이라는 성분이 들어있는데, 이 성분은 이뇨 작용을 돕습니다. 즉, 몸의 붓기를 빼주어 체중 감소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심한 월경전 증후군(PMDD) 치료와 여드름 치료 목적으로도 쓰입니다.
- 단점: 병원에 가야 하는 번거로움과 비싼 가격(비급여 약제비), 그리고 혈전 위험도가 가장 높습니다.
- 추천: 심한 생리통, PMS, 붓기, 난치성 여드름으로 고생해서 “치료”가 필요한 분.
💡 요약:
- 살/피부 걱정 없으려면: 약국에서 파는 3세대(머시론, 디어미)로 시작하세요.
- 붓기가 너무 심하고 치료가 필요하면: 산부인과 가서 4세대(야즈)를 상담받으세요.
- 부정출혈이 싫다면: 2세대(에이리스)가 출혈을 잡는 힘은 더 좋습니다.
먹자마자 토할 것 같아요 : 메스꺼움 잡는 법
처음 피임약을 먹었을 때 겪는 가장 흔한 부작용은 오심(메스꺼움), 구토, 두통입니다. 이는 약에 포함된 ‘에스트로겐’ 성분이 위장을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이건 약이 안 맞는다기보다, 내 몸이 호르몬에 적응하는 과정일 확률이 높습니다. 보통 복용 1~2달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당장 괴롭다면 아래 방법을 써보세요.
💊 부작용 최소화하는 복용 가이드
1. 복용 시간을 ‘밤’으로 바꾸세요 (Golden Time)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점심 먹고 드시지 말고, 취침 직전(밤 10시~12시)에 드세요. 자는 동안 메스꺼움을 못 느끼고 지나갈 수 있어 가장 추천하는 방법입니다.
2. 에스트로겐 함량이 낮은 약 고르기 약 포장지를 보면 ‘에티닐에스트라디올 0.02mg’ 또는 ‘0.03mg’라고 쓰여 있습니다.
- 0.02mg (저함량): 머시론, 에이리스, 디어미, 멜리안
- 0.03mg (고함량): 미니보라, 마이보라 구토가 심하다면 0.02mg짜리 저함량 제제를 선택하세요. (대신 저함량은 부정출혈 가능성이 조금 더 있습니다.)
3. 비타민 B6 함께 섭취 입덧 약의 주성분이기도 한 비타민 B6(피리독신)를 같이 먹으면 울렁거림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피부가 좋아진다던데 사실인가요?(여드름과의 관계)
결론부터 말하면 “어떤 약을 먹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생리 전만 되면 턱이나 입 주변에 화농성 여드름이 올라오는 분들 계시죠? 이건 생리 주기에 따른 호르몬 불균형과 남성 호르몬(안드로겐)의 피지 분비 자극 때문입니다.
- 피부에 좋은 약 (3세대, 4세대): 안드로겐 작용을 억제해 피지 분비를 줄여줍니다. 꾸준히 복용하면 피부가 매끈해지고 여드름이 들어가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예: 머시론, 야즈)
- 피부에 안 좋을 수 있는 약 (일부 2세대): 안드로겐 활성도가 다소 높아, 예민한 분들은 오히려 좁쌀 여드름이 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피부 미용 목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약사님에게 “3세대 피임약 주세요”라고 하거나 산부인과에서 야즈를 처방받는 것이 유리합니다.
절대 먹으면 안 되는 사람 (혈전증 주의보)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피임약은 안전한 약이지만, ‘혈전(피가 굳어서 혈관을 막는 병)’ 위험을 아주 조금 높입니다.
다음 중 하나라도 해당한다면, 절대로 임의로 약국에서 사 드시면 안 됩니다. 반드시 의사와 상담하세요.
- 35세 이상이면서 흡연하는 여성 (★절대 금기: 사망 위험 증가)
-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이 심한 분
- 가족 중에 뇌졸중, 심근경색 등 혈관 질환자가 있는 분
- 유방암 의심 소견이 있거나 치료 병력이 있는 분
🚑 응급 신호: 약을 먹다가 갑자기 심한 다리 부종, 통증, 호흡 곤란, 찌르는 듯한 가슴 통증, 심한 두통이 온다면 즉시 복용을 중단하고 응급실이나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마치며: 내 몸은 내가 챙겨야 합니다
피임약은 단순히 피임뿐만 아니라, 생리 주기 조절, 생리통 완화, 여드름 치료, 난소암 예방 등 여성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고마운 도구입니다.
부작용이 무서워서 피하는 것보다, 내 체질(붓기형 vs 출혈형)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세대별 약을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오늘 내용을 바탕으로 약국에서 “그냥 좋은 거 주세요” 대신, “저 붓기 걱정되니까 3세대로 주세요” 또는 “속 안 쓰린 저함량으로 주세요”라고 똑똑하게 요구해 보세요. 작은 차이가 한 달의 컨디션을 결정합니다.
⛔ 필독: 정보 제공 안내 본 포스팅은 의약품 안전나라 및 약학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된 일반적인 정보입니다. 개인의 건강 상태와 기저 질환(특히 흡연 여부, 혈전증 가족력)에 따라 부작용은 다를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의사나 약사와 상담 후 복용하시기 바랍니다.




